아빠는 나의 영웅(조경희 글/교학서 펴냄)

일요일 저녁, 어린 자녀들의 1박 2일 여행 체험기를 다룬 예능프로그램 '아빠! 어디가?'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아빠들이 권위적인 모습 대신 친구처럼 편하고 자상한 모습을 보여주며 '잘 놀아주는 아빠'의 새로운 육아 트렌드를 잘 보여주기 때문에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권위적이고 무뚝뚝한 과거의 아빠에서든, 아이들과 잘 통하는 현재의 아빠에서든 우리가 꿈꾸는 ‘나의 아빠’는 언제나 나를 곁에서 지켜 주고 보호해 주는, 세상에서 가장 대단한 존재일 것이다.

<아빠는 나의 영웅>의 주인공 오시원도 마찬가지로 ‘아빠’가 ‘나의 영웅’이 되길 꿈꾸었다. 하지만 실상은 거리가 멀었다. 시원이가 아빠를 가장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것은 악당 역할 전문 프로 레슬링 선수라는 아빠의 직업이다. 늘 관중의 야유를 받고 결국 링 바닥에 쓰러지기 때문이다. 또 항상 그리워하는 엄마도 ‘레슬링’이 싫어서 집을 나갔기 때문에 아이는 아빠의 일에 대한 이해 없이, 가슴속에 큰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그리고 아빠는 덩치가 커다란데 겁쟁이에 소심하고, 대책 없는 울보인 아빠가 시원의 눈에는 한심해 보이기까지 한다.

어느 날 시원이 갑작스런 고열로 병원에 가게 되었을 때, 아빠는 못난 남편이자 아빠인 자신을 책망하며 엄마가 떠난 뒤 악당 역할을 자처한 아빠의 가슴 아픈 선택을 털어 놓는다.시원은 비로소 자기만의 방식으로 아들을 사랑하는 속정 깊은 아빠를 이해하고, 슬픔을 인정하고 보듬는 것 또한 큰 용기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제 못난 악당 아빠, 울보 아빠는 시원의 마음속에서 천하무적 슈퍼 영웅보다 더 멋지고 위대한 영웅으로 되살아난 것이다.

<아빠는 나의 영웅>은 아빠와 단둘이 사는 열 살 남자아이의 일상을 유쾌하고 따뜻하게 그려 낸 동화이다. 비록 어린나이이지만 주인공 시원은 아빠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알고 엄마를 이해할 줄도 아는, 속 깊은 아들로 가슴 뭉클한 감동을 준다.

이 책이 독자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은 흔치 않은 독특한 캐릭터, 속도감 있는 문장, 유머러스한 그림 등이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큰 특징은 자칫 어두워질 수 있는 한부 모 가정의 이야기를 밝고 경쾌하게 그려 낸 것이다. 사실 한 부모 가정의 이야기를 다룬 이야기는 꽤 많다. 요즘 들어 시대를 반영하기라도 하듯이, 더 많이 쏟아지는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은 다른 책과는 달리 한 부모 가정의 어두운 면을 부각하지 않고 비록 따로 떨어져 지내지만 아빠와 아들 모두 엄마를 항상 가슴속에 품고 그리워하는, ‘가족의 소중함’을 뜨겁게 전달한다. ‘진정한 가족’이란 무엇일까? 시원이 가족처럼 같은 공간에서 살진 않지만 가족 구성원 서로가 서로를 아끼고 사랑한다면, 그것이야 말로 진정한 가족이 아닐까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쉽고 간단한 해답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 혹은 아닌척하며 살아가는 우리 현대인들에게, 어린 꼬마 시원이가 명쾌한 답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