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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그림책

학교에서 진정 배워야 하는 것은?

상세 내용 글쓴이, 독자대상, 서명, 저자/역자, 출판사, 페이지수, 출판일, 등록일
글쓴이 김은엽(진영한빛도서관)
독자대상 -
서명 지각대장 존
저자/역자 존 버닝햄
출판사 비룡소
페이지수 50쪽
출판일 1995.11.01
등록일 2010년 08월 06일

학교에서 진정 배워야 하는 것은?

차라리 ‘얼음’이 되고 싶을 때가 있다. 말하는 순간 꼼짝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목석같이 장승같이 가만히 서 있으면 되는. 그것이 단절이라 해도 마비라 해도, 표정을 지우고 감정을 비운 채 있고 싶은. 야속하다 싶을 정도로 내 마음을 몰라줄 때, 거짓이 아닌 내 진실을 한 마디 말로 뭉개버릴 때는 말이다.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봉쇄하며 앞으로 그런 말 하지 않겠다고 300번, 400번, 500번씩 외치게 한다면 정말 속수무책이다.

자초지종은 이렇다. 존은 학교 가는 길 어디선가 나타난 악어와 사자와 파도와 논다고 그만 늦어버렸다. 지각한 이유를 사실대로 말했지만 선생님은 ‘살다 살다 별 소리’ 다 듣는다며 나무라기만 한다. 존 버닝햄의 그림책 『지각대장 존』의 이야기이다.

처음에 존은 충분히 소통이 잘 되는 아이였다. 갑작스레 나타난 악어와 사자의 놀고 싶은 욕구를 읽었고, 무작정 놀아줄 수 없는 상황에서 무참히 무시하기 보단 장갑을 던져 다른 데로 관심을 유도하거나 사자가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릴 줄 알았다. 허겁지겁 달리는 중에도 주변에 존재하는 소와 나무와 기타의 배경을 여전히 느끼는 아이였다. 존이 얼마나 학교에 오려고 애썼고 노력했는지 헤아리기는커녕 윽박지르고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교화하고 세뇌시키는 선생님은 존에게 너무나 위협적인 어른이다.

감정이 존중받지 못하고, 안전하고 증명가능한 현실만을 알려주는 것이 교육은 아닐 것이다. 학교에선 오히려 ‘있을 법한 일’ 혹은 ‘있을 수 있는 일’에 대해 배우고 준비하며 지금 놀고 싶지만 놀 수 없을 때 마음과 의무를 어떻게 배치시키는지,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며 조율하며 의사를 전달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배워야 할 것이다. 어른들은 무섭기만 한 악어와 사자의 표정이 존에게는 전혀 무섭지 않았다는 것, 매번 벌을 서고 이제 더 이상 늦지 않게 된 날에는 세상이 어떤 것도 보이지 않는 짙은 회색이었다는 점은 분명 시사하는 바가 있다. 모든 생명을 봉쇄해버리는 콘크리트 같은 잿빛 세상을 지나 학교로 간 존은 털복숭이 고릴라에게 잡혀 도움을 요청하는 선생님에게 그런 고릴라 따위는 살지 않는다고 말한다. 선생님처럼, 선생님이 바라던 대로 보고 듣고 말하게 된 존을 보는 건 통쾌하기 보단 씁쓸하다. 『지각대장 존』은 출간된 지 15년이 다 되어가지만, “19세기 교실에서 20세기 교사가 21세기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현재까지 여전히 손에서 놓을 수 없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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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28 09: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