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추천도서

우리지역의 청소년들이 또래 독자를 위하여 먼저 읽고 추천하는 책입니다.

인문

한 번 더, 또 읽을 책

상세 내용 글쓴이, 독자대상, 서명, 저자/역자, 출판사, 페이지수, 출판일, 등록일
글쓴이 정서영(장유고 2)
독자대상 청소년 이상의 대상
서명 한 스푼의 시간
저자/역자 구병모
출판사 휴머니스트
페이지수 258 p.
출판일 2016. 09. 05
등록일 2019년 09월 23일

한 번 더, 또 읽을 책

가히 자동화와 기계, 나아가 AI의 시대이다. 물론 인공지능은 아직까지 상용화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 휴대폰에는 이미 인공지능 기능-미흡하고 부족하지만-이 첨부되어 있다. 우리는 이러한 인공지능이 주는 편리함에 감탄하면서도 한편은, 인공지능을 두려워하기도 한다. 이 시대 최고의 물리학자로 꼽히는 스티븐 호킹 박사는 ‘온전한 인공지능의 개발은 인류의 종말을 불러 올 수 있다’며 그 위험성을 역설했다. 나 또한 인공지능에 관한 기사를 보고 뉴스를 접할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 정말 이러다가 언젠가는 여느 SF 영화에서 보던 것처럼 인간이 ‘잡아먹히지’ 않을까. 인공지능에 대한 나의 생각이 편리함, 유용함보다는 두려움, 거부감에 가까워지던 나에게 우연히 ‘한 스푼의 시간’ 이라는 책을 읽을 기회를 만나게 되었다.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바로 ‘작가’에 있다. 이 소설은 구병모 작가의 작품이다. 나는 이전에 구병모 작가의 ‘위저드 베이커리’를 두 번 읽어보았다. 나는 역사, 사회, 과학 분야 등의 비문학 책은 읽고 또 읽는다. 하지만 소설은 한 번 읽으면 결말을 이미 알아버렸기 때문에 처음 읽을 때보다 흥미가 떨어져 다시 읽지 않는다. 그래서 내가 2번 읽은 소설은 두 경우 중 하나다. 나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와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은 책이거나 이해가 되지 않거나. 위저드 베이커리는 후자였다. 내가 초등학생 때 이 책을 읽어보았는데, 나는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다. 책 내용이 (그 당시 내가 느끼기에는) 뒤죽박죽이여서 내용이 머릿속에 정리되지 않았다. 한참 후에, 중학교에 들어와서 다시 도전해 보았다. 책 내용이 흐릿해졌을 즈음이었다. 휴우, 긴장하고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다행히, 이젠 책을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었다. 그리고 또, 구병모 작가의 신작이었다. 어김없이 나는 긴장됐다. 그리고 책을 펼쳤다.
이번엔 전혀 달랐다. 내가 느낀 위저드 베이커리는 약간 심오하고, 악몽 같고, 마법 같은 책이었다. 한 스푼의 시간은 그저 평범한 인간과 동네 사람들의 삶 이야기였다. 주인공 세탁소 할아버지 명정은 미국에서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아들로부터 바다 건너 온 택배를 받게 된다. 그리고 그 택배 상자 속에는 상상도 하지 못한 것이 담겨 있었다. 상자 속에는 웬 인공지능 로봇 소년이 담겨있었다. 그저 허름하고 낡은 동네의 허름하고 낡은 세탁소를 운영하던 명정이었다. ‘인공지능’은 생뚱맞았다. 심지어 정식으로 판매 되지도 않은 연구용 샘플이었다. 그래서 아무런 정보도 없었다. 그러나 명정은 이 로봇을 가족으로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평소 아껴왔던 이름 ‘은결’을 붙여준다. 은결은 명정의 세탁소 일을 하나 둘 돕게 되고 세탁소에 심부름(또는 놀러오던) 동네 아이들 시호, 준교, 세주와 함께 살아간다. 그렇게 ‘로봇’ 은결은 ‘인간’의 삶에 녹아든다. 0과 1 예, 아니오 뿐이던 은결은 점점 인간의 복잡 미묘하고 신비한 감정을 알아가고 명정의 아들이 되었다. 시간이 한참 흐르고 시호와 준교와 세주는 더 이상 아이가 아니었고 명정은 시한부 인생을 살게 되었다. 그러나 은결은 늙지 않았다. 명정은 자신이 영원히 은결과 함께 할 수 없음을 깨닫고 준교에게 자신이 죽고 난 후의 은결을 부탁한다. 명정이 세상을 떠나고, 은결을 명정보다 몇 년 더 살다가 눈을 감는다.
소설 초반부에 명정이 처음 은결을 만나게 되는 장면이 있다. ‘해독 불가능한 영문의 홍수 속에서’ 명정은 ‘하나의 단어를 알아본다. ROBOT’ 이 문구를 읽고 소름이 쫙 끼쳤다. 왜인지는 나도 정확하게는 잘 모르겠다. 로봇과 함께 이어나갈 스토리가 예측불가여서인지, 생각지도 못한 반전 소재에 뒤통수를 맞은 건지, 어찌 됐든, R, O, B, O, T 이 다섯 알파벳은 아직도 내 머릿속에 선명히 박혀있다. 허름하고 낡은 세탁소와 인공지능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은결이라면, 은결 같이 인간을 이해하고자 하는 인공지능이라면 우리 삶 속에 충분히 녹아들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곳이 재벌집이든, 달동네든 심장이 뛰고 있는 인간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누구든, 은결과 함께 해피엔딩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18세기 중엽 우리 인류에게는 정말이지 ‘혁명’이 일어났다. 인간이 하던 모든 일을 쇳덩어리가 대신 했다. 인간은 쇳덩어리에 밀려났다. 인간들은 쇳덩이에 밀려 인간이 아무짝에도 쓸모없어질까 두려웠다. 그 쇳덩어리가 저들을 잡아먹을 줄로만 생각했다. 그 쇳덩어리를 부셔도 보고 사람들끼리 모여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는 달랐다. 쇳덩어리들은 우리에게 전에는 상상하지도 못했을 풍요를 가져다주었고, 밀려나기는커녕 여전히 사회의 주축은 인간이었다. 같은 맥락에서 지금의 4차 산업혁명도 마찬가지일거라 생각한다. 우리도 300여 년 전 사람들처럼 두려워하고 걱정하고 거부감을 느끼고 있지만, 그래도 앞으로도 여전히 우리 사회는 인간이 이끌어나갈 것이라 생각한다.
산업혁명과 지금의 ‘4차’ 산업혁명. 이 책을 읽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이었다. 나도 인공지능이 두려웠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할까 두려웠고, 우리가 그들에 무릎 꿇고 복종하는 시대가 올까 두려웠다. 그러나 세상의 인공지능들이 모두 은결과 같다면, 내 생각은 달라진다. 오히려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삶과는 전혀 다른, ‘은결’과 함께인 미래의 내 삶의 모습은 오히려 기대대고 두근거리기 까지 한다.
이 책은 내 생각을 완전히 뒤집어 놓았다. 요 근래에 읽었던 책들 중에서 이 책만큼 내 가치관을 흔들어 놓은 책이 있었을까. 나는 다시 한 번 책이 한 인간에 미치는 지대한 영향을 몸소 깨달을 수 있었다. 한편, 은결이 느끼는 컴퓨터 같은 감정을 글로 온전히 표현해 낸 작가의 필력에 또 놀랐다. 절대 악 없이도, 치고 박고 싸우는 갈등 없이도, 한 편의 소설이 이렇게나 따뜻하고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이 책은 나에게 놀라움의 연속이었고 신선한 충격이었다. 아마 난 이 책을 한 번 더, 또 읽지 싶다.



만족도 조사

현재 열람하신 페이지를 평가해 주세요.

평가:
담당부서
김해시청 장유도서관 열람팀 (☎ 055-330-7461)
최근 업데이트 :
2024-02-28 09:08: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