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가 권하는 책

우리시 도서관 사서가 추천하는 책을 소개합니다. 시민들이 좋은 책을 선택하는 안내 길잡이가 되어 독서의 재미를 안겨드리겠습니다.

인문

당신의 일과 꿈의 상관관계

상세 내용 글쓴이, 독자대상, 서명, 저자/역자, 출판사, 페이지수, 출판일, 등록일
글쓴이 칠암도서관_사서 이지아
독자대상 -
서명 저 청소일 하는데요?
저자/역자 김예지
출판사 21세기 북스
페이지수 224쪽
출판일 2019-2-7
등록일 2019년 04월 07일

당신의 일과 꿈의 상관관계

딱 봄을 겨냥하고 출판했을까요?
상큼한 초록색 표지에서 봄 냄새가 폴폴 나네요. 표지에는 웃는 입모양에 동그란 얼굴, 동그란 당고 머리를 한 여자 사람이 말풍선으로 말합니다. “저, 청소일 하는데요?”라고요. 여러분은 ‘청소 일을 한다’는 말에서 어떤 느낌이 드세요?

사람들은 누구나 청소를 하고 삽니다. 하지만 청소를 일로서 하는 것은 또 얘기가 달라지지요. 그러면 이 책의 저자인 김예지 씨의 청소일은 어땠을까요? 저자는 27살 때부터 청소일을 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좀 호기심이 생기죠? 직업적인 청소일이라 하면 항상 중년을 지나신 분들이 하는 모습을 많이 봐왔고, 미화원을 모집할 때 아예 45세 이상으로 나이를 제한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톡’ 건드리면 탱탱 튕길 것 같은 매끈한 피부의 청년이 청소를 하는 모습, 보신 적 있으세요? 왜 20대는 거의 청소일을 안 할까요? 청소일은, 설령 내 방 청소나 집 청소라 해도 꺼리는 일이기 때문이지요. 20대는 아직도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꿈꾸고 도전하고 실패하면서 자기 길을 탐색해 갈 뿐이지, 청소일을 업으로 선택하기에는 자타가 아깝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인지 책 표지 위에는 이런 말이 살포시 적혀 있어요. ‘조금 다르게 살아보니 생각보다 행복합니다.’라고요.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저자인 김예지 님이 친숙하게 느껴질 겁니다. 그러니까 이 글에서는 예지 씨라고 불러 볼까요? 예지 씨는 대학을 나와 스타일리스트로 일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월급도 적은데다 출퇴근 시간도 길어 힘들고, 무엇보다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 일을 그만둡니다. 하지만 과감하게 선택한 그림 일은 예지 씨의 핸드폰 요금도 내주지 못합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려고 일을 그만둔 것까지는 좋은데 먹고사니즘(?)이라는 필사의 문제가 생긴 겁니다. 그림 관련 직장을 얻고는 싶은데 취업전선도 녹록한 것이 아닙니다. 지원하는 회사마다 얄밉도록 예의바르게, 안타깝지만 귀하를 모시지 못하겠다는 메시지만 보냅니다. 그 때 심정은 어땠을지 상상이 가지요? 세상으로부터 거부 받는 느낌이었을 거예요. 이 넓은 세상에 내가 벌어먹을 일 하나 못 구하다니.... 친구를 만나도 커피 값은 친구가 내줄지 가늠하며 눈치 보게 되는 ‘나’는 한없이 작아집니다.

그런 예지 씨를 구원해준 것이 청소 일이었습니다. 이런 남다른 선택에는 예지 씨의 인맥(?)이 한몫 했는데요. “엄마랑 같이 청소일 한 번 해볼래?”라는 제의에 마지못해 따라 나섰다가 이제는 당당히 청소일로 적당한 월수입을 챙기는 프로가 됩니다. 청소해서 수입이 얼마나 되냐고 물어보면 “거 뭐, 좀 맛있는 거 사먹으면서 여행도 다니고 그렇게 삽니다.” 라고 콧대 높게 대답할 수도 있지요.

청소일에 정착하기까지 예지 씨에게 일들이 마냥 쉽게만 흘러간 건 아닙니다. 비슷한 지적 배경을 가진 또래와는 다르게 겨우 청소일을 하고 있다는 자괴감과 스트레스 때문에 초창기에는 정신과 상담을 받기도 합니다. 상담을 하면서 예지 씨가 얻은 깨달음은 당연한 듯 빛나는 생각이었습니다. 청소일은 스스로 선택한 일이고, 알고보니 그 일은 원래의 필요를 기대 이상으로 충족시켜주고 있는 소중한 일이 되어 있었다는 것이지요. 그 이후, 예지 씨는 청소일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극복하고 이제는 원래의 꿈을 찾는 여유도 가지게 됩니다.

2014년부터 시작한 청소일, 그리고 지금 2019년에도 여전히 청소일을 하면서 펴낸 책이 바로 이 책 『저 청소일 하는데요?』입니다. 청소일을 통해 얻은 경제적 안정감 속에서 예지씨는 블로그에도 꾸준히 본인이 작업한 것들로 포트폴리오를 채워가고 자기만의 이야기들을 이렇게 책으로 펴서 작은 성공도 거두지요. 예지 씨가 독립출판 강좌를 듣고서 한 200권만 제작하려고 했던 이 책이 500권 완판되고 이렇게 기성 출판계에서 재출판까지 되었으니까요.

예지 씨는 이렇게 자기 꿈을 이뤄가고 있습니다. 바로 청소일을 통해서요.

여기서 꿈과 일의 관계를 생각해보게 됩니다. 우리는 꿈을 이룬다는 말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직업으로 선택하여 먹고사니즘(?)의 문제는 가볍게 넘어서 보통 이상의 부를 쟁취하는 것으로 이해하곤 합니다. 여기서 딜레마가 생깁니다. 처음부터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적당한 돈을 벌기가 쉽지 않거든요. 특히나 좋아하는 일이라는 것이 예술계 쪽-그런데 사람의 자아실현은 보통 예술 혹은 창작과 깊이 연관됨-이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생계를 위한 일과 자아실현을 위한 일을 분리한다면, 24시간이라고 주어진 한정적인 하루의 시간에서 8시간 이상의 노동이나 근로 하는 시간을 빼서 써야 합니다. 생계를 위한 일의 시간, 가족과 연인, 친구를 만나는 시간, 공과금을 내고 관공서에 가야 하는 삶의 시간 등등을 제하면 우리가 꿈을 위해 써야 할 시간이 그리 많이 남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이 세상에는 하고 싶은 일은 아닌데 살기 위해서 묵묵히 직업적 일만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자신의 꿈을 직업으로 선택해 개인적, 사회적 성취를 이룬 사람들과 마음이 안 가는 생업에만 매진하며 다람취 쳇바퀴 돌 듯이 삶을 꾸려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예지 씨는 다른 방법도 있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사회심리학자 매슬로가 제시한 <욕구 단계 이론>에 따르면, 인간의 욕구는 피라미드 쌓듯이 위계적으로 실현된다고 합니다. 즉, 하위 단계의 욕구 중족이 상위 단계 욕구 실현의 전제 조건이 된다는 말이지요. 제일 상위에 있는 욕구는 바로 ‘자아실현의 욕구’입니다. 예지 씨가 청소일을 통해 얻은 행복도 바로 이 자아실현의 욕구를 충족하는 데서 오는 것일 겁니다. 청소일이 꿈은 아니었지만 예지 씨는 청소일로 자기의 꿈을 실현해 갈 경제적·정서적 동력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청소일을 하면서 생긴 경제적 안정감은 예지 씨가 이전에 못 했던 것들을 하게 해줬습니다. 책을 내서 인세로 얻은 돈이 생기고, 예지 씨가 평소 꼭 하고 싶었던 치아 교정도 하고, 엄마랑 해외 여행도 가보고, 소박하지만 꼭 맘에 드는 작업실도 얻고.... 그리고 거기서 그림을 그립니다. 사람들은 그녀의 책에 공감하고 응원하고 예지씨는 또 다른 책, 다른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지요. 청소일을 하면서 그녀는 더 이상 막연한 꿈만 꾸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일을 통해서 ‘꿈’같은 꿈만 꾸지 않고 꿈을 실현해가고 있는 겁니다. 앞 말의 ‘꿈’은 ‘실현이 불가능한 망상’이라는 뜻이고 뒷 말의 ‘꿈’은 ‘자기가 바라는 이상’, ‘노력하여 성취할 수 있는 것’을 말합니다. 꿈이라는 말 자체가 이렇게 복잡합니다.

꿈과 직업을 일치시킬 수 없어도 괜찮습니다. 지금은 하고 싶은 일이 없어도 괜찮습니다. 꿈이 없다면 잠시 빈 자리로 두고, 꿈이 있는데 지금 내가 있는 자리에서 너무 멀다면 지금 나를 이 세상에 설 수 있게 해줄 수 있는 일부터 찾아보면 됩니다. 꿈은 꿈이고 직업은 직업이라고 놔둬도 됩니다. 예지 씨는 이 책에서 말합니다. 원하는 일을 직업으로 가지는 것도 멋진 일이지만 생계나 안정을 담당하는 일도 홀대하지 말라고 합니다. 그 일 역시 나의 필요를 만족시켜주고 있는 가치 있는 노동이니까요. 꿈은 다른 부분들로도 충분히 채워질 수 있다고 덧붙입니다.

이 책은 100프로 만화책입니다. 그러니까 마음만 먹는다면 20분 만에 휘리릭 볼 수 있지요. 한 페이지 당 기본 여섯 컷의 심플한 그림체라서 보기 편합니다. 그러니 시간을 내서 한번쯤 다르게 사는 누군가의 행복한 삶을 엿보는 것도 괜찮지 않겠어요? 끝.



만족도 조사

현재 열람하신 페이지를 평가해 주세요.

평가:
담당부서
화정글샘도서관 (☎ 055-330-2991)
최근 업데이트 :
2018-12-06 09:5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