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가 권하는 책

우리시 도서관 사서가 추천하는 책을 소개합니다. 시민들이 좋은 책을 선택하는 안내 길잡이가 되어 독서의 재미를 안겨드리겠습니다.

사회

내 생각을 도둑맞지 않는 법

상세 내용 글쓴이, 독자대상, 서명, 저자/역자, 출판사, 페이지수, 출판일, 등록일
글쓴이 서옥연(김해다문화도서관)
독자대상 -
서명 생각의 좌표
저자/역자 홍세화
출판사 한겨레출판
페이지수 248쪽
출판일 2009.11.24
등록일 2010년 08월 12일

내 생각을 도둑맞지 않는 법

‘serendipity’는 우연한 행운을 뜻하는 말이다. 도서관 서가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보면 이렇게 뜻밖의 행운을 만날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서가에 꽂힌 책이다. 도서관의 모든 책은 10개의 주제 분야에 따라 나누어 정리되어있다. 그렇게 분류된 서가를 돌아다니다 보면 평소 내가 관심이 없던 분야, 문외한인 분야에서도 뜻밖의 책을 만나 재미있고 유익하게 접할 수 있다. 사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대단한 독서가가 아닌 이상 다양한 분야의 책을 두루 읽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것을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이렇게 도서관 서가를 훑어보는 ‘서가브라우징’을 권한다. 인터넷 웹사이트를 돌아다니듯이 도서관 서가를 브라우징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도서관 서가를 돌아다니면서까지 폭넓은 독서를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제대로 ‘생각’하기 위해서이다.

‘빠리의 택시 운전사’라는 특별한 이력과 저서로 독자들에게 알려진 홍세화의 에세이『생각의 좌표』는 이렇듯 제대로 생각하는 것에 대한 의문을 던지고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사람은 생각하는 동물”이라는 명제는 당연한 사실이지만, 생각과 의식세계의 형성이 어디서 출발하여 어떻게 채워졌는지에 대해서는 선뜻 답하기가 어렵다. 우리는 끊임없이 생각하고, 보통의 경우 자기의 생각을 고집하면서 살아간다. 『생각의 좌표』는 바로 이 생각이 어떻게 내 것이 되었는지에 대한 답과 함께 내 생각의 주체적 주인이 되는 방법을 알려준다.
책의 내용은 3장으로 나뉜다. 1장 ‘내 생각의 주인은 누구인가’, 2장 ‘회색의 물신사회’, 3장 ‘긴장의 항체’이다. 서문에서 저자가 밝힌바와 같이 『생각의 좌표』는 그간의 원고를 모은 에세이이다. 2장과 3장이 특히 그러한데 대부분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저자의 관점으로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다소 급진적인 저자의 정치적 성향 탓에 이 부분이 불편하게 느껴지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현안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있기 때문에 한번쯤 읽고 되새겨볼만 하다.

필자가 주목하는 부분은 1장이다. ‘내 생각은 어떻게 내 것이 되었을까?’ 라는 의문으로 책은 시작된다. 이 의문은 책 전반의 행간을 뚫는 핵심문장이다. 책의 부제와 같이 돈이 지배하는 물신주의 사회에서 내 생각의 주인이 누구인가에 대해서, 내 생각의 주인이 내 자신이 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우리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파고들며 전달하고 있다. 제도교육의 병폐, 인문학의 위기, 학벌경쟁, 지역감정, 사형제 찬반논란, 물신주의 등이다. 즉,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로 인해 우리가 생각의 주인이 될 수 없는 현실과 그로 인한 사회적 현상에 대해 지적한다. 그렇다면 우리 생각의 주인은 누구일까? 바로 기득권 세력이다. 그들은 교육제도를 만들고 지역감정을 부추기고 교묘하게 언론을 장악한다. 우리는 기득권 세력을 대변하는 주요 거대 언론의 정보에 끊임없이 노출되어 세뇌당하고, 암기위주의 잘못된 교육제도로 굳어진 사고의 틀을 갖게 되었다.
그렇다면 내 생각을 기득권 세력의 것으로 뺏기지 않고, 제대로 내 것으로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네 가지의 방법을 제시한다. 폭넓은 독서, 열린 자세의 토론, 직접 견문, 성찰이다. 이중 가장 중요한 것으로 독서를 꼽는다.

스페인의 한 작가는 이런 말을 했다. “우리는 모두 감옥생활을 하고 있다. 우리의 눈과 귀가 보고 들을 수 있는 세계는 지극히 좁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감옥에 하나의 창이 나 있다. 놀랍게도 이 창은 모든 세계와 만나게 해준다. 바로 책이라는 이름의 창이다.” 이렇게 폭넓은 독서를 바탕으로 토론과 직접 견문, 성찰을 통하여 주체적으로 의식세계를 형성한 사람은 자기 삶에 책임을 질 줄 알며 아무리 팍팍한 세상이라도 당당할 수 있다. 자기 삶의 진정한 주인이기 때문이다.(p.24)

인용문에서 책을 ‘창’에 비유하였는데, 언론 역시 창이다. 이 창을 통해 대중은 세상을 본다. 하지만 간혹 이 창은 삐뚤어질 수도 있고, 한 쪽 문만 열리는 경우도 있다. 그런 언론에 노출되고 세뇌되면 주체적이지 못하고 편협한 사고를 갖게 된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는 다양한 세상을 향해 저마다의 방법과 모양으로 난 책이라는 창을 만나야 된다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생각난 영화 한 편을 함께 소개할까 한다. 제임스 맥티그 감독의 ‘브이 포 벤데타’(V For Vendetta). 영화의 배경은 독재정부의 억압과 완벽한 통제 속에 놓인 미래 영국이다. 시민들은 독재언론에서 흘리는 조작된 정보에 세뇌되어 판단력과 자유의지를 상실하여 독재에 순응하고 방관한다. 그들 앞에 나타난 반정부주의자 V, 어느 날 그는 생방송에 가면을 쓰고 나타나 시민들을 일깨운다. 자유로운 비판과 사고, 의사표현이 사라지고 현 체제에 순응한 시민들을 각성시키고 결전의 날(?)을 통보한다. 결전의 날, V는 독재의 상징인 의사당을 폭파시키고, 시민들은 V와 똑같은 가면을 쓰고 이를 함께 한다. 시민이 정치와 사회에 무관심할 때, 비판적 사고와 주체적 의식을 가지지 않을 때 국가가 어떻게 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는 영화이다. 독재에 길들여져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수동적인 삶을 사는 영화 속 시민들처럼 실체를 “알지 못한 채 알고 있다고 굳게 믿는”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와 자신의 삶을 바라보는 비판적인 시각과 문제의식이 반드시 필요하다.

아직 우리 사회는 좋은 대학에 다니고, 좋은 집에 살고, 좋은 차를 타는 것으로 그 사람의 삶을 가늠하고 있다. 하지만 삶의 질이란 그런 것에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모든 것을 다 가진 것 같은 국내 굴지의 대기업 회장 막내딸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만 보더라도 알 수 있지 않은가?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이 누구인지를 말해주는” 물신주의로 얼룩진 사회, 작가의 의도를 묻는 수학능력시험의 언어영역 문제를 작가 자신이 풀지 못했다는 코미디가 벌어지는 잘못된 교육제도가 우리의 현실이지만, 개인이 변하면 사회가 변할 수 있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통해 식견을 넓히고, 이를 바탕으로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열린 자세로 토론하면 개인의 생각과 의식세계는 더욱 풍부해지고, 이런 개인이 모인 우리 사회는 더욱 건강해질 수 있다.

자, 그렇다면 지금 당장 도서관 서가로 여행을 떠나자. 그곳에는 당신의 생각을 가꾸고 삶을 채워줄 ‘serendipity’가 곳곳에 숨어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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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기적의도서관 (☎ 055-330-4651)
최근 업데이트 :
2018-12-06 09:5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