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가 권하는 책

우리시 도서관 사서가 추천하는 책을 소개합니다. 시민들이 좋은 책을 선택하는 안내 길잡이가 되어 독서의 재미를 안겨드리겠습니다.

어린이-그림책

1년에 딱 한번의 가족 상봉, 중국 <농민공>의 설맞이 풍경

상세 내용 글쓴이, 독자대상, 서명, 저자/역자, 출판사, 페이지수, 출판일, 등록일
글쓴이 홍미선(장유도서관)
독자대상 초등학교 2학년 이상
서명 모모의 동전
저자/역자 위리충 글, 주청량 그림, 문현선 옮김
출판사 토토북
페이지수 36쪽
출판일 2009.12.10
등록일 2013년 02월 18일

1년에 딱 한번의 가족 상봉, 중국 <농민공>의 설맞이 풍경

『모모의 동전』은 중국 최대의 명절인 춘절(春節) 풍경을 담은 그림책이다. 1980년생의 젊은 작가 위리충이 글을 쓰고, 1948년생의 관록있는 주청량이 그림을 그렸다. 주청량은 1985년 일본의 유명 작가 안노 마츠야마가 8개국 화가와 함께 새해를 맞이하는 8개국 어린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 『동그란 지구의 하루』작업에 참여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출판되었다.

춘절은 우리나라의 설날(음력 1월 1일)과 같으며 춘절 기간은 지역에 따라서 차이는 있지만 15일 정도 이어진다. 중국에서는 이 기간중 집집마다 대문에 춘련(春聯)이라는 글귀를 써서 붙이고, 복(福)자를 거꾸로 붙여 놓는 풍습이 있다. 중국어로 읽으면 ‘복이 들어온다(福到了)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설 전날에는 우리나라의 만두와 비슷한 ’교자‘와 새알심 떡국인 ’탕위엔‘을 온 가족이 모여 빚으며, 당일에는 액운을 쫓고 복을 불러 들인다는 의미로 폭죽을 터트린다. 최근에는 대기오염을 우려하여 폭죽놀이를 자제하는 분위기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모모>라는 취학전의 여자 아이다. 아빠는 생업으로 인해 먼 곳에서 집을 짓는 일을 하고 1년에 딱 한 번 집에 와서 가족을 만난다. 이른바 중국내 차별의 대명사인 ‘농민공(農民工)’ 신분이다. 어린 나이에 자주 못보는 아빠가 모모에게는 낯설다. 설을 준비하면서 아빠는 깨끗하게 몸단장을 하고 음식을 같이 만들면서 부녀관계는 어색함이 조금씩 줄어든다. 새알심 떡국에 행운의 동전을 넣어서 빚고 그 동전이 든 떡을 먹으면 한 해 동안 행운이 깃든다는 풍습이 있는데 아빠는 설날, 모모에게 이 행운의 동전이 든 새알심을 골라서 준다. 아빠의 배려로 동전을 간직하게 된 모모는 마냥 즐거워한다. 아빠는 집 이곳 저곳을 고쳐주고 모모와 같이 놀며 그 동안 함께하지 못한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설 연휴기간이 끝날 무렵 아빠는 일터로 다시 떠나기 위해서 준비한다. 아쉬운 이별의 시간이 다가오고 아빠와 헤어지기 싫은 모모는 이 행운의 동전을 아빠에게 주며 건강하게 다시 만나기를 소원한다.

이 책은 이야기가 시작되는 부분부터 독특하다. 타이틀 페이지 다음부터 본문이 시작되는 것이 일반적인 경우지만 『모모의 동전』은 타이틀페이지 전, 간지에서 이야기가 시작됨으로써 궁금증이 더욱 커지는 효과를 가져온다. 표지는 모모의 가족 3명이 단란하게 잠자리에 누워있는 평화로운 장면을 선택했는데 이불의 점박이 무늬를 앞,뒤 간지에 사용하여 자연스럽게 여운이 전해진다. 특히, 뒷면의 표지는 이야기의 후속편이라고 볼수 있는 그림이 있는데 모모 아빠의 일터를 보여주는 듯하다. 가족사진과 건축업에 사용되는 도면과 도구들이 보인다. 그림을 그린 추청량은 ‘유화’를 전공했는데 이 책 또한 부드러운 유화로 그려졌다. 중국에서 빨간색은 권위와 부를 상징한다. 그래서일까? 이 책에는 빨간색 사용이 눈에 띄는데 표지 제목의 배경도 빨간색이다. 본문에서 보면 중요한 모티브가 되는 물건에 빨간색이 많이 사용되는것을 볼 수 있다. 아빠의 여행가방과 모모에게 선물한 외투도 빨간색이다. 홍등과 춘련은 전통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라해도 모모의 이불과 신발 또한 빨간색이다.

중국의 빈부격차는 우리나라 보다 심하다. 모모의 아빠는 *농민공(農民工)으로 고단한 삶을 살고있다. 일거리를 찾아서 고향에서 먼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기에 이들의 귀성은 실로 치열하다. ‘귀성 전쟁’이라는 표현이 딱 어울린다. 5년전 쯤 KBS 스페셜에서 <13억의 귀성>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상영한 적이 있는데 관심있는 분들은 찾아서 시청해보기를 권한다. 농민들이 고향을 떠나는 이유는 중국 농촌의 일 년 수입은 50여만원인데 베이징에서 한 달 동안 벌 수 있는 돈이다. 이 수입으로는 가족들이 생계를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들은 낯선 곳으로 일자리를 찾아서 떠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춘절 연휴는 대략 15일 정도지만 고향까지 도착하는데 2박3일 정도가 소요되기 때문에 오고가는 시간을 고려하면 실제로는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날은 7일간에 불과하다. 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 농민공은 도시 노동자의 임금에 3분의 1정도밖에 받지 못하기 때문에 60여만원의 월급을 받는다고한다. 귀향을 위한 교통비가 월급의 30% 이상에 해당된다고 하니 1년에 한 번 가족과의 만남은 중국 농촌의 풍속도가 되었다.

어린이 그림책중 명절을 소재로 하는 책은 대부분 정보를 주거나 가족간의 사랑을 나누는 모습을 담고있다. 내가 처음으로 접한 그림책은 『솔이의 추석 이야기』(이억배 지음. 길벗어린이. 1995)다. 지금 아이들이 공감하기엔 거리가 있지만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나는 친척들이 이런 풍경으로 고향에 다녀갔겠구나 하며 유년시절의 추억에 젖었던 기억이 있다. 최근에 나온 책으로는『우리 우리 설날은』(임정진 글, 김무연 그림. 푸른숲주니어. 2013)이 눈에 뛴다. 할아버지 할머니댁에서 설날을 맞이하는 아이들의 설렘과 정취를 느낄수 있는 따뜻한 책이다. 그러나 『모모의 동전』은 아름다운 설 풍경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읽으면서는 가슴이 먹먹해진다. 모모로부터 행운의 동전을 건네받은 아빠의 손과 엄마가 눈물을 훔치는 장면은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의 감정선을 흔들어 놓기에 충분하다. 이들의 삶은 왜 이다지고 고달픈가?

설날에 먹는 음식을 세찬(歲饌)이라고 한다. 차례상에 올리거나 가족, 이웃들과 나누어 먹는 음식이다. 어린 시절 나는 음식을 나누는 풍습 때문에 불만이 많았다. 집집마다 맛있는 음식을 장만하는데 세배를 가면서 굳이 떡국이며 음식을 싸서 심부름을 다녔기 때문이다. 우리 조상들이 설 음식을 베푸면서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공동체를 염원하는 의미가 담겨있다는 것은 한참이 지나서야 알게되었다. 『모모의 동전』을 읽고 맞이한 설날, 떡국을 먹으며 ‘공존’의 의미를 떠올려 보았다. 아이와 어른, 가진자와 부족한자 모두가 어울려 살고 있는 우리의 삶터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생각해보는 촉발기제가 되는 훌륭한 책이라고 생각된다.


* 농민공 혹은 민공은 중국에서 농촌을 떠나 도시에서 일하는 하급 이주 노동자를 일컫는 말로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 실시 후에 낙후한 농촌을 떠나 도시화된 해안의 발전된 지역으로 일자리를 찾아 이주를 한 사람들이다. 현재 농민공의 수는 1억 2천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9%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들은 중국의 산업발전을 위해 필요한 노동력을 제공하는 계층이다. 현재 중국은 사상 최대의 이농현상을 경험하고 있으며, 미국 인구의 2/3에 해당하는 2억 3천만명의 중국인들이 최근에 시골에 있는 고향을 떠나서 도시로 몰려들었다. 매년 1천 3백만 명의 인구가 이주 대열에 가담하고 있다.(위키백과)



만족도 조사

현재 열람하신 페이지를 평가해 주세요.

평가:
담당부서
김해시청 장유도서관 열람팀 (☎ 055-330-7461)
최근 업데이트 :
2024-02-28 09: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