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가 권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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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내 마음의 풍경을 바꿔주는 편지

상세 내용 글쓴이, 독자대상, 서명, 저자/역자, 출판사, 페이지수, 출판일, 등록일
글쓴이 칠암도서관_사서 이지아
독자대상 -
서명 나는 심리치료사입니다 <원제 : Letters to a Young Therapist>
저자/역자 메리 파이퍼 지음; 안진희 옮김
출판사 위고
페이지수 260쪽
출판일 2019. 4. 23
등록일 2019년 06월 18일

내 마음의 풍경을 바꿔주는 편지

정신과 의사 혹은 심리치료사라는 직업이 있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치료하는 직업이라니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그런 일은 좀 생경하고 어려울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심리치료사의 일이란 것은 기본적으로 사람을 만나 대화를 나누는 일입니다. 대화는 기본적인 인간의 행동이지만 그것이 지향하는 것이 치료이고 성장이라는 데서 차이가 생기지요. 치료나 성장은 심리치료의 내담자를 대상으로 의도적으로 이루어지지만, 꽤 일반적으로 심리치료사 자신에게도 일어나는 일입니다. 마치 교사가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스스로도 배워가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래서 요즘은 심리치료를 업으로 하는 사람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기계발서나 에세이를 출판하는 트렌드가 있습니다. 이 책은 유행에 맞춰 나온 책은 아닙니다. 위고 출판사에서 나온 이 책 나는 심리치료사입니다는 세련된 표지의 신간이지만, 이 책이 세상에 나온 지는 벌써 12년이 지났기 때문입니다. 심리치료사가 쓴 자기계발서의 고전 격인 아서 클라크의 아직도 가야 할 길이 1978년에 나왔으니, 비교하자면 중견 정도 되었다고 봐야 할까요.

작가는 이 책을 2001년 12월에 쓰기 시작했습니다. 세계를 뒤흔든 9.11테러 사건이 있었던 해입니다. 세계적으로 암울했던 시기에 그녀는 이 편지를 자기만의 여행으로 삼아 내적인 문제에 집중해왔습니다. 편지의 행적은 그해 겨울, 그리고 그다음 봄, 여름, 가을로 이어집니다. 편지의 수신인은 작가가 아끼는 후배 ‘로라’입니다. 로라는 이제 갓 심리치료사의 길에 입문한 선량하고 사랑스러운 여성입니다. 메리는 로라에게 자기가 만났던 내담자들의 이야기, 상담과정에서 깨달은 이야기, 당시 심리치료 분야의 풍조와 자기 생각들을 조곤조곤 편지로 전합니다. 그리고 어디서부터였는지 모르겠지만 이 편지는 로라라는 1인을 대상으로 하다가 보편적인 독자로 확대됩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독자라면 작가가 나에게 쓴 편지라고 생각하며 책을 읽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저자 메리 파이퍼는 따뜻한 마음을 지니고 있는 사람입니다. 환자와 의사라는 관계에서 쉽사리 자신을 우위에 둘 수 있는 상황에서도 그녀는 겸손합니다. 메리는 우리 모두가 자신의 결점을 감추려고 애쓰는 연약한 존재라고 인정합니다. 그래서 초반부터 자기의 약점을 이렇게 드러내지요.

“저는 한쪽 눈이 완전히 실명 상태이고, 감정 기복이 심하고, 패션 센스는 형편없고, 지독한 방향치에다 밀실공포증이 있고, 쉽게 지칩니다.

그런 인간적인 약점은 그녀가 심리치료사로 일하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습니다. 메리가 생각하는 심리치료사의 요건은 좋은 대인 기술입니다. 그런데 메리가 대인 기술을 배운 곳은 대학 혹은 대학원의 강의실이나 연구실이 아닙니다. 그녀는 고등학교 시절 용돈을 벌기 위해 웨이트리스로 일하고 대학교에 와서는 싸구려 식당과 도넛 가게에서 일하면서 중요한 대인 기술을 배웠다고 말합니다. 그런 현장에서 일하다 보면 누구나 다양한 손님을 상대하게 되지요. 보통 사람들이라면 무례한 손님들에게 집중하며 불평불만을 늘어놓게 될 겁니다. 그런데 작가 메리 파이퍼는 다양한 손님을 경험하면서 인간성은 예측 불허라는 삶의 진실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그 깨달음이 그녀의 직업적 신념 중의 하나가 됩니다. 여기서 메리의 남다른 면모가 보이네요.

메리는 가족의 문제를 바라볼 때도 그런 관점을 활용합니다. 메리에 따르면, 심리치료사들은 가정 혹은 가족의 역기능에 중점을 두고 개인의 고통이나 실패를 설명하는 데 매료된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개인의 실패와 불행을 가족 관계에서 찾아낼 수 있다는 가설은 신선하고 그럴듯하여 열렬히 환영받았기 때문입니다. 사실, 가족은 불완전한 집단이 맞습니다. 하지만 메리는 지나치게 부정적인 면에만 집중하면 긍정적인 면을 놓칠 수도 있다는 것을 경고합니다. 모든 가족은 조금씩 정상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것은 모든 인간이 약간씩 정상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메리는 자신의 절망은 모두 부모님 탓이라는 내담자에게 이릅니다. 실제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되짚어 보게 합니다.

“우리는 그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요. 하지만 행복해지기 위해 당신 스스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어요.”

이런 태도는 일을 잘하는 사람의 행동 원칙이기도 합니다. 문제가 생기면, 그 문제의 원인이 누구 탓인지 여부를 가리기 전에 문제의 해결법부터 찾는 겁니다. 삶이라는 개개인의 대업에서도 그렇게 해야만 합니다.
그래서 마침내 행복을 찾는 법은 무엇일까요?
어렵다고요? 여기 힌트가 있습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끊임없이 선택을 내려야 하는 엄청난 책임을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합니다. 저는 특정 연령이 지나고 나면 모든 사람은 자기 자신의 삶에 책임이 있다고 믿습니다.

자기의 인생에는 그런 선택권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조던 B. 피터슨의 12가지 인생의 법칙의 한 구절을 읽어주고 싶습니다.

우리는 하루 동안 오백 번의 사소한 결정을 하고 그걸 행동으로 옮긴다. 오백 번의 결정과 행동이 모여 오늘 하루를 만들고, 내일도 모레도 그렇게 만들어진다. 그런 결정과 행동 중에 한두 개만이라도 좀 더 나은 걸 선택할 수는 없을까? <12가지 인생의 법칙 p. 149>

정말로 우리는 하루에도 수백 가지 선택에 직면합니다. 선택하면 결과가 생기고 그 책임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어른이란 그런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행복은 바로 좋은 선택들을 내릴 때 찾아옵니다. 우리는 필연적으로 잘못된 선택을 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우리는 좋은 선택을 점점 더 많이 할 수 있는 내면의 역량을 기를 수는 있습니다. 비용이 많이 들고 치료할 수 없는 병에 시달리는 가족의 병원 치료를 지속할지 여부, 큰 이익을 거둘 수도 있는 상황에서 전 재산을 투자하느냐 마느냐의 문제 같은 어려운 선택들도 있지만 일상의 선택들도 있습니다. 아침에 나를 행복하게 하는 커피 한 잔 마시기, 막 잠에서 깬 가족에게 웃으면서 아침 인사하기, 직장 동료들과 간식 나눠 먹기, 반려동물 산책시키기, 자녀를 꼭 안으며 사랑한다고 말해주기, 일찍 눈이 떠진 날 아침 산책하고 오기 같은 선택들이 그렇지요. 이런 작은 선택들도 더 좋은 것에 중점을 두고 하다 보면 그리고 이런 작은 선택의 성공으로 행복해진다면 우리는 저도 모르게 준비가 되는 겁니다. 나중에 더욱 더 심각하고 어려운 선택에 직면했을 때도 자신에게 좋은 선택을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좋은 선택은 지금 삶이 어떤 상태에 있느냐의 문제하고는 별개라고 합니다. 책 속에는 ‘조니 워커’라는 사람이 예로 나옵니다. 그는 산소통에 연결된 산소마스크를 달고 휠체어에 앉아서 살아가지만, 여전히 좋은 선택-스스로를 행복하게 만드는-을 계속 합니다. 그의 좋은 선택들은 이런 것이지요.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에 집중하고, 동네 바에서 무료 공연을 합니다. 공연이 끝나면 엄마가 손수 만든 최고로 맛있는 건포도 파이를 먹여주기를 기다리며 행복해합니다.

그래도 여전히 과거의 상처에 얽매여 좋은 선택을 할 수 없다면 기억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기억은 불완전합니다. 왜냐하면 기억은 우리의 뇌 속에서 계속 재구성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기억은 회상할 때마다 조금씩 변합니다. 이것은 우리 뇌의 약점일 수도 있지만, 강점일 수도 있습니다. 메리는 기억을 이용하는 방법을 ‘새로운 이야기 만들기’라고 표현했습니다. 스스로 엮는 새로운 이야기가 삶에 어떤 파급력이 있을까요?
그녀가 만난 사람 중에는 피해자의 기억을 안고 미국으로 온 보스니아 난민이 있습니다. 집으로 쳐들어온 무자비한 군인들에게 강간을 당한 젊은 여성이었습니다. 그녀는 치욕과 슬픔을 자기 자신에게 트라우마로 새길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의 초점을 바꿔서 강간을 당했다는 사실이 아니라, 군인들이 쳐들어왔을 때 자기 여동생을 문 뒤로 밀어 넣어 지켜냈다는 또 다른 사실로 이야기를 만듭니다. 새로운 이야기는 그녀가 자신을 고결하게 느끼게 해주어 상처받은 내면을 치료해줍니다. 꼭 이러한 비극이 아니라 해도 이 ‘새로운 이야기 만들기’를 대입해볼 수 있을 겁니다. 우리는 벌써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메리가 30년 동안 심리치료사로 일하며 만나온 힘든 일이나 실패를 겪은 사람들에게 “그 경험으로 무엇을 얻었나요?” 하고 물었을 때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고 합니다. 우리 인간의 심리는 자신을 치유하고자 하는 작동 원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저의 학창시절 있었던 일입니다. 야간 자율학습 시간이 시작되기 전에 친구와 밖에서 저녁을 먹으려고 횡단보도 앞에 서 있었습니다. 지나가는 차 안에 탄 운전자가 창문을 내리고 길을 물었는데 친구가 모른다고 하니 격렬한 욕을 퍼붓고 쌩 가버리더군요. 친구는 기가 막힌다는 얼굴로 뭐 저런 사람이 다 있나 하는데, 저는 위로한답시고 “저 사람 지금 아주 급한 일이 있나 봐, 뭔가 문제가 생겼을 거야. 이해하자.”라고 했지요. 지금 이 책을 다 읽어보니 그때 급하게 친구를 달래기 위해 했던 말이 사실일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이사이 즐거운 순간들이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삶은 힘이 듭니다.<중략> 제가 아는 거의 모든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힘들고 복잡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부언컨대, 이런 깨달음 덕분에 저는 괴짜들과 성격이 나쁜 사람들을 견딜 수 있습니다. 점원이 제게 잔소리를 할 때나 운전자가 경적을 울리며 제게 삿대질을 할 때, 저는 스스로에게 말합니다. “저 사람이 지금 뭘 견디고 있는지 누가 알겠어? 죽어가는 가족이 있을지도 몰라. 아니면 파산선고를 하기 직전이거나 사랑을 바랐던 사람에게서 방금 차였을 수도 있어.”

실로 어마어마한 이해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메리 파이퍼의 이 책은 자기계발서나 에세이라기보다는 나를 치료하는 친절한 목소리를 옮긴 것 같습니다. 심리학계 용어나 치료 사례, 그녀의 30년 경험을 통해 지켜본 심리치료의 변천 과정 등의 사실 정보를 얻을 수도 있지만 더욱 직접적으로는 이 책을 통해 우리 자신을 치료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말합니다. 건강한 사람이란 모든 경험을 통해 성장하고 배울 수 있어야 한다고 말입니다. 그것은 당위입니다. 이 삶을 스스로 끝내지 않는다면 어쨌든 삶은 계속되기 때문입니다. 객관적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마음의 창을 바꾸면 그 창을 통해 바라보는 풍경이 바뀝니다. 우리 마음의 창이 비춰주는 풍경의 모습에 따라 한없이 행복하기도 하고 불행하기도 합니다. 부디 이 책을 통해 여러분에게 좋은 풍경을 보여주는 마음의 창을 얻게 되시기 바랍니다.






<목차>

서문

겨울
당신의 빵 부스러기는 무엇입니까 | 좋은 심리치료사의 자질 | 모든 리듬은 서로 속도를 맞춥니다 | 모든 가족들은 조금씩 정상이 아닙니다 | 치료 심화하기 | 우리 일의 비결은 연결입니다


고통을 똑바로 바라봅니다 | 행복은 좋은 선택들을 내릴 때 찾아옵니다 | 비유를 담은 도구상자 | 우리는 버팀으로써 버팁니다 | 우리가 우리 자신을 돌보지 않는다면 | 약물치료가 항상 정답은 아닙니다 | 사랑에 빠지기, 섹스하기, 상대에게 헌신하기

여름
최악의 결혼을 피하기 위해서 | 가족치료는 빗방울 사이로 춤을 추는 일입니다 | 가족 안에서 서로를 진짜로 알아보기 | 감정의 날씨 | 수영의 치유적인 효과 | 자기방어가 필요합니다 | 심리치료와 글쓰기

가을
우리에게는 윤리적 의무가 있습니다 | 모두에게 새로운 이야기가 필요합니다 | 내담자들이 변화하려 들지 않을 때 | 이상적인 상담이란 무엇일까요 | 세계 곳곳의 치유법들 | 우리는 결국 추구하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 삶은 우리에게 흔적을 남깁니다

2016년 개정판 출간에 부쳐



만족도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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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
담당부서
진영한빛도서관 (☎ 055-330-4831)
최근 업데이트 :
2018-12-06 09:53: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