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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허구와 현실의 경계에 서서

상세 내용 글쓴이, 독자대상, 서명, 저자/역자, 출판사, 페이지수, 출판일, 등록일
글쓴이 화정글샘도서관 사서_이지아
독자대상 성인
서명 일인칭 단수
저자/역자 무라카미 하루키/ 홍은주
출판사 문학동네
페이지수 236쪽
출판일 2020. 11. 26.
등록일 2021년 03월 15일

허구와 현실의 경계에 서서

옛날 옛적 사랑을 진하게 하던 어린 친구가 있었다. 그 사랑이 깨지니 엉엉 울면서 말했다. 이렇게 아플 거라면 차라리 사랑을 하지 말 걸 그랬다고... 나 역시 어렸고 그와 같은 사랑을 한 적도 없지만 그때는 뭔가 그게 다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말았다.

『일인칭 단수』는 하루키의 최근 단편 소설집이다. 이 책 안에는 '시나가와 원숭이의 고백', '크림', '돌베개' 등 여덟 개 단편이 실려 있다. 나는 '시나가와 원숭이의 고백'을 읽다가 그 오랜 기억을 떠올렸다. 원숭이는 커다란 눈을 깜박이면서 바람에 흔들리는 종려나무 잎사귀 마냥 긴 손눈썹을 하늘하늘거리며, 결심한 듯이 숨을 훅 내뱉고 사랑을 말한다. 시나가와 원숭이가 정의하는 사랑이 어린 시절 내 관념 속에 채 표현되지 못 한 사랑의 모습과 꽤 닮아있어 나는 놀라고 말았다.

사실 나는 이 책이 소설인지도 모르고 읽기 시작했다. 소설의 1인칭 시점 주인공은 누가 뭐라 해도 하루키 본인과 흡사하기 때문이다. 하루키 개인사의 여러 사실이 소설에 그대로 인용되어 있다. 초현실적인 거품만 걷어낸다면 에세이라 해도 믿을 정도다. 그의 초기 작품들의 주인공이었던 이십 대의 청년. 시니컬하고 그저 그런 외모지만 왜인지 아름다운 여자들에게 인기가 좋았고 어딘가 정의로웠던 하루키의 옛 소설 속 페르소나는 이제 중년이 훌쩍 넘은 소설가가 되어 이 책의 주인공으로 돌아왔다. 나는 오랜 친구를 만난 듯 반가웠다. '돌베개에'서 기쁨이나 슬픔이 뭔지는 대충 알았지만 그 사이에 있는 수많은 현상, 그것들의 위치관계를 잘 분간하지 못해 불안했다고 고백하는 청년 ‘나’는 이제 기성세대가 되었다. 원숙해진 그는 그 현상, 그 위치 관계를 더 잘 이해하게 되었을까? 이 책을 읽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책 속에서....>
- 시간을 쏟고 공을 들여 그 간단치 않은 일을 이루어내고 나면 그것이 고스란히 인생의 크림이 되거든. '크렘 드라 크렘'_44쪽

- 그것은 영혼 깊숙한 곳의 핵심까지 가닿는 음악이었다. 듣기 전과 들은 후의 몸의 구조가 조금은 달라진 듯 느껴지는 음악. _67쪽

- 사랑이란 우리가 이렇게 계속 살아가기 위해 빼놓을 수 없는 연료입니다. 그 사랑은 언젠가 끝날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결실을 맺지 못 할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설령 사랑이 사라져도, 사랑을 이루지 못한다 해도, 내가 누군가를 사랑했다, 연모했다는 기억은 변함없이 간직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우리 삶의 열원이 됩니다_202~203쪽

- 지금까지 내 인생에는-아마 대개의 인생이 그러하듯이-중요한 분기점이 몇 곳 있었다. 오른쪽이나 왼쪽, 어느 쪽으로든 갈 수 있었다. 그때마다 나는 오른쪽을 선택하거나 왼쪽을 선택했다. 그렇게 나는 지금 여기 있다. 만약 한 번이라도 다른 방향을 선택했더라면 지금의 나는 아마 여기 없었을 것이다. _224쪽

ps.
0. 시나가와 원숭이에 대한 묘사는 소설 속 표현을 가져왔다.
1. 소설 속 '나'는 실제 하루키보다는 젊다.
2. 읽다보면 소설 속 '나'가 시나가와 원숭이와 술안주로 먹은 감씨과자와 진미채가 땅길 것이다. 그런데 감씨과자란 대관절 무슨 맛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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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부서
김해율하도서관 (☎ 055-340-7161)
최근 업데이트 :
2018-12-06 09:5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