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실 작가의 여러 단편으로 구성되어져 있는 이 책은 이야기 하나하나가 독자로 하여금 다시 생각하게 한다. 다양한 이들의 이야기, 또 한 번쯤 우리도 해봤음직한 일들이 있지만 마냥 따뜻해서 웃음이 퍼지는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그런 부분을 콕 집어내고 있다. ‘멀쩡한 이유정’ 에서는 4학년이지만 이사를 한 탓에 집을, 또 학교를 찾지 못하는 길치 유정이가 등장한다. 동생이 먼저 집에 가버려서 혼자 집을 찾으려고 고생하는 유정이가 뛰는 길을 나도 마음으로 함께 뛰었다. 그러면서 계속되는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해 오색찬란했지만 아스팔트 길이 뒤엎으면서 잿빛이 되어버린 우리들의 정과 추억, 문화들이 떠올랐다. 새우 없는 마을에서도 피폐해져 가는 현대 사회에서 할아버지와 손주는 우리에게 실용적이고 경제적인 것을 중시하는 현대인의 모습이 아닌 따뜻하고 포근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를 보여준다. 이렇게 깊고 많은 내용을 담고 있는데도 문체는 지극히 간결하여 초등 저학년이 읽어도 전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가족 모두가 이 책을 읽고 자신의 생각을 나누는 것도 참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