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연가
박정만
사랑이여, 보아라 꽃 초롱 하나가 불을 밝힌다.
꽃초롱 하나가 천 리 밖가지 너와 나의 사람을 모두
밝히고 해질녘엔 저무는 강가에 와 닿는다. 저녁 어스름
내리는 서쪽으로 유수와 같이 흘러가는 별이 보인다.
우리도 별을 하나 얻어서 꽃초롱 불 밝히듯 눈을 밝힐까
눈 밝히고 가다가다 밤이 와 우리가 마지막 어둠이
되면 바람도 풀도 땅에 눕고 사랑아, 그러면 저 초롱을 누가 끄리
저녁 어스름 내리는 서쪽으로 우리가 하나의 어둠이 되어 또는 물 위에 뜬 별이 되어
꽃로롱 앞세우고 가야 한다면 꽃초롱 하나로 천 리 밖까지 눈 밝히고 눈 밝히고 가야 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