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련사 동백숲. 3
김선태
백련사 동백숲은 대낮에도 어둡다. 이파리들은
햇빛을 받으러 위로만 위로만 올라가고, 나무 몸똥이며
가지들은 헐벗어 적나라하다. 거기 서늘한 고요가 그늘을 친다.
상처를 스스로 치유할 줄 아는 동백들, 가지가 부러지고 잘릴 때마다
수액으로 둥그렇게 감싸고선 다시 길을 간다. 상처는 옹이가 져서
공처럼 둥글고 단단하다. 저 암처럼 깊은 상처 속 모진 세월의 무늬와
사랑이 있다. 옹이가 진 길은 삐틀삐틀 하거나 울퉁불퉁하다. 가지들이
허공을 향해 수많은 길을 내고 길을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