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가 권하는 책

우리시 도서관 사서가 추천하는 책을 소개합니다. 시민들이 좋은 책을 선택하는 안내 길잡이가 되어 독서의 재미를 안겨드리겠습니다.

인문

그 작은 사람은 정말 괜찮아졌을까?

상세 내용 글쓴이, 독자대상, 서명, 저자/역자, 출판사, 페이지수, 출판일, 등록일
글쓴이 칠암도서관 사서_이지아
독자대상 청소년 이상 성인
서명 괜찮아지는 중입니다
저자/역자 안송이
출판사 문학테라피
페이지수 355쪽
출판일 2018. 8. 8.
등록일 2022년 07월 04일

그 작은 사람은 정말 괜찮아졌을까?

<그 작은 사람은 정말 괜찮아졌을까?>

4~5년 전 책 관련 모임에서 나온 말이다. 책도 트렌드가 있는데 요즘 책의 그것은 바로 ‘힐링’이라고. 그 즈음 사람들은 마음치료를 위해 책을 읽는다고 했다. 『미움 받을 용기』나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등의 책이 히트를 치던 때였다. 요즘은 어떤가 하면 일 안 해도 돈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큰돈을 벌거나, 지속적으로 수입이 들어오는 파이프 라인을 구축하는 파이어족(저축이나 투자로 조기 은퇴하는 30~40대 직장인 부류)의 이야기가 대세다. 고상하게 말하면 ‘경제적 자유의 달성’, 보통으로 말하면 ‘어떻게 하면 이 지겨운 직장을 때려치우고 나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 수 있을까’ 알아보는 방법론이 인기다.

그 열혈의 틈바구니에서도 아직 고요한 ‘힐링’의 트렌드는 지속 중인 것 같다. ‘힐링’을 한국말로 뭐라 번역해야 할까? 마음치료? 왠지 그렇게 말하면 감이 안 온다. 힐링... 어디가 아픈지는 딱 모르겠고 마음 이쪽저쪽의 걸리적거림. 정신과에 갈 정도로 심각한 건 아닌 것 같지만, 어떨 때는 꽤 아프기도 하는 마음의 병. 정서적 통증이라는 것을 인지함에도 물리적 통증으로 와 닿는 심장의 고통. 그럴 때, 그 마음을 토닥여 줄 수 있는 책을 펼쳐본다.

안송이 작가의 『괜찮아지는 중입니다』, 이 책의 출판사 이름도 ‘문학테라피’. 문학으로 치료한다는 의미인가? 대놓고 힐링이다. 책 표지는 머리카락을 타래로 높게 틀어 올리는 여자의 뒷모습. 머리타래를 질끈 올린다고 구부정해보이지만 왠지 다부진 표정을 짓고 있을 것만 같다. 여자는 한국에서는 드물게 스웨덴어를 전공하고 스물두 살에 스웨덴으로 공부하러 떠나서, 흔한 얘기로 거기 남자와 사랑에 빠지고 결혼해 정착한 결혼 이민자다. 여기까지면 ‘공주와 왕자는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끝!’ 이러고 마무리될 텐데 키만 껑충하니 컸다는 스웨덴 남자는 알고 보니 아이는커녕 자기 자신도 돌보지 못하는 이기적이고 무능력한 남자였고, 여자는 1년 넘게 고통스런 이혼 과정을 겪는다. 그 와중에 아이는 자폐아 진단을 받고. 여자는 문자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 울 수밖에 없는 절망에 빠져있다. 그럼에도 ‘죽고 싶진 않지만 살고 싶지도 않은’ 여자의 삶은 계속된다. 선물 같은 아이와 만드는 다정함과 살붙이처럼 정겨운 스웨덴 이웃들 사이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다시 또 평범하게 그 사람과 담담한 헤어짐을 준비하고, 사랑할 만한 사람을 만났지만 또 마음을 다치고 절연하는 한 때의 이야기들이 엮여있다. 친절한 책은 아니다. 시간대가 왔다 갔다 하며 여자의 연애 대상이었던 남자들만 유독 별명이나 영어 이니셜로 표기되어 답답하다. 하지만 쉽게 쭉쭉 읽히며, 담백하여 소화가 잘 되는 책이다.

스물두 살 스웨덴에 와서 이십년 넘게 살아왔다는 40대의 이 여자는 아직도 작고 여리게만 보인다. 150센티도 안 되는 키에 40킬로가 겨우 넘는 작은 여자, 작가는 세상에 저런 작은 엄마는 있을 수 없다는 스웨덴 꼬맹이의 말이 무색하게도 씩씩하게 성숙하게 그 삶을 살아낸다. 누군가가 괜찮아지는 이야기로 우리도 괜찮아질 수 있을까? 요즘 가정사, 연애사로 마음이 힘든 사람에게 추천해본다.

-------- 책 속에서 ----------------------------------------
인생의 어떤 일은 시간과 함께 지나가기도 하지만 어떤 일은 지나가도록 만들어야 한다._5쪽

블라인드가 고장 났던 날, 사람을 불러야 하나 했는데 마침 저녁 먹으러 온 그가 고쳐주며 말했다. ‘항상 나한테 먼저 물어봐요.’ 헤어지는 게 결정된 뒤에도 그는 끝까지 집 구석구석을 고쳐주었고 무엇이든 도와주려 했다._27

한 건의 큰 프로젝트를 마치고 나서 내 기력은 완전히 바닥을 드러냈다. ‘저 이제 포기합니다.’라고 선언한 내게 샬롯은 병가를 승인해주며 말했다.
“당신이 한 이야기를 열심히 들었어요. 지금 상황에 대한 당신의 생각이나, 미래를 바라보는 관점 등 사고방식에는 문제가 없어요. 우울증과는 달라요. 당신은 지금 불행한 상황에 있고, 그래서 불행한 거죠.”_41

오랫동안 불행했지만 아이를 위해, 그리고 멀리 떨어진 곳의 엄마를 생각하면서 이혼이란 건 생각지 않았었다. 지금도 우리가 함께 부모만 될 수 있었어도 이혼은 없었을 거라 생각한다._51

마흔이 넘으니 삶에 대해 그전과는 다른 태도를 가지게 된다. 그냥 살아남는(survive)게 아니라 살아가야겠다는(live). 정말 인생은 짧고, 빨리 지나가고, 어떤 때는 이게 다인가 싶다. 스무 살 때는 노력만 하면 내가 원하는 건 다 될 줄 알았는데, 그때 생각한 미래에 있는 지금 나는 내가 가진 능력이 어디까지인지도, 이변이 생기지 않는 한 내 생에 없을 일들도 알고 있다._53

지난번에 저녁을 먹을 때 누군가에게 실망한 이야기를 했더니 울로프가 말했다. “세상에는 말로만 하는 사람들이 있고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지. 말로만 하는 사람인 게 느껴지면 끊으면 돼. 그리고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사람들만 간직하면 되는 거야. 그렇게 간단한 거야.”_74

지금 헤어지든 나중에 헤어지든, 너의 심장은 부서질 거야, 그러니 함께할 수 있는 한 함께하렴._96

“슬퍼 말아요, 우리는 또 볼 거예요”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럴 거예요.”
잠시의 침묵 후 나는 다시 말했다. “그렇지만 지금과는 다를 거예요.”
나를 바라보던 그는 담담히 수긍했다. “네, 그때는 다를 거예요.”_106

난 뛰어난 사람은 아니다. 그래도 모든 주어진 일들을 해나가고 있다. 참 감사하다._101

FIN.



만족도 조사

현재 열람하신 페이지를 평가해 주세요.

평가:
담당부서
김해기적의도서관 (☎ 055-330-4651)
최근 업데이트 :
2018-12-06 09:5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