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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인간의 의미를 찾는 여정

상세 내용 글쓴이, 독자대상, 서명, 저자/역자, 출판사, 페이지수, 출판일, 등록일
글쓴이 이지 사서_화정글샘도서관
독자대상 청소년 이상
서명 죽음의 수용소에서
저자/역자 빅터 프랭클/ 이시형
출판사 청아출판사
페이지수 224쪽
출판일 2020년 5월 30일
등록일 2022년 11월 24일

인간의 의미를 찾는 여정

업으로서 작가 강연을 기획하는 자의 입장에서 이런 말을 하면 반칙(?)이겠지만, 나는 작가의 북토크보다는 작가의 책을 읽는 것을 더 좋아한다. 한 인간으로서의 작가를 직접 보고 듣는 것보다 그의 책이 내게 더 많은 정보와 지식,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 이것은 경험에서 비롯된 취향이다. 아름다운 시를 쓰는 시인을 문학 캠프에서 실제로 만나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시인은 그의 시와 결이 달랐다. 그의 말투와 날 것 상태의 사상을 대하니 그가 쓴 아름다운 것들이 다 허위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까지 올라왔다. 그래도 결국 감동을 주었던 시는 바로 그 사람이 쓴 것이다. 결국 책이란 한 인간의 정수(精髓)를 집대성한 것, 도를 얻은 승려의 시신을 태운 잔해에서 얻을 수 있다는 사리와 같은 것이 아닐까 싶다. 그렇기에 우리는 책을 통해 작가의 가장 지적이고 아름다운 면면을 만날 수 있는 것이다.

책 두께가 고작 1.3cm밖에 안 되는 가벼운 이 책, 빅터 프랭클의 『Man’s search for meaning』(번역본 제목: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이야말로 내가 세운 가설의 대표적인 표본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은 오스트리아 태생의 의학과 철학 박사이자 로고테라피(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과 아들러의 개인심리학에 이은 정신 요법 제3학파)의 창시자인 빅터 프랭클이 유대인 수용소의 생존자로서 남긴 저작이다. 인간이 겪을 수 있는 가장 비참한 경험에서 그가 끌어 모은 주옥같은 진실은 ‘인간의 가장 마지막 자유는 주어진 상황에서 자신의 태도를 취할 수 있는 자유 뿐이다.’라는 결론이었다.

일상적으로는 배우자나 연인의 애정, 자녀의 됨됨이, 연봉, 승진, 직장이나 사업의 문제에서 우리는 통제권을 잃는 편이다. 그래서 우리는 외부의 상황을 바꿀 수 없음에 고민하고 상황이나 상대를 증오하고 괴로워하며, 자책하기도 한다. 그런데 어떤 특수한 상황에서 그러한 상급(?)의 결정권은 고사하고 신체적 자유를 행사할 수 있는 기본적인 모든 결정권이 박탈당한다면? 내 신체를 통제할 수 있는 자유, 이동의 자유를 빼앗기고 먹고 자고 배설하는 등 기본 욕구, 위생의 욕구마저 다 빼앗긴 그야말로 가축의 상태에 처해진다 해도 인간에게는 자유가 남아 있다고 할 수 있는가?

이때 인간의 선택은 극적으로 나뉜다. 책에서는 가축이 된 다른 인간을 일말의 양심도 없이 짓밟고 자기 생존만을 도모하거나, 최소한의 양심을 지키고자 눈에 띄지 않게 선행을 행하거나, 생존보다 인간으로 남을 선택을, 인간의 존엄을 선택하는 인간 군상을 볼 수 있다. 빅터 프랭클은 유대인 수용소에 수감되어 벌거벗겨지고 구타당하고 굶겨지고 가축 취급을 받았던 수용자로서 절망의 문턱까지 닿았지만 매몰되지 않았다. 예리한 학자의 눈과 고아한 인격자의 인성으로 그 상황을 관찰하고 분석했다. 그는 인류사에 있어서 가장 잔혹한 비극의 소용돌이에 빠진 와중에도 객관적으로 상황을 인지하고 판단하고 행동했다. 아무런 의료기기나 의약품이 없는 데도 의사로서 아픈 수용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죽음의 수용소를 탈출하는 것을 포기하기도 한다. 그는 자신의 죽음을 이미 기정사실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행동했다. 계속해서 생존보다 더 높은 가치를 선택해왔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그의 그런 선택들은 오히려 그의 생존을 도왔다. 그리하여 이 책이 인류에게 주어진 것이다.

이렇듯 인간은 환경에 세팅(?)되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다. 통제 불가의 극악한 상황 속에 갇힌다 해도 마지막 남은 자유가 있다. 판도라의 상자 맨 바닥에 남아 있었다는 ‘희망’처럼 말이다. 우리가 우리의 태도를 취할 수 있는 자유, 이 자유야말로 가장 본질적인 자유, 최상의 자유, 우리 영혼의 자유다. 이 자유가 있음을 인지하지 못하면 인간은 환경이라는 바람에 이리저리 휩쓸리는 갈대가 될 뿐이다.

책 속에서 -----------------------------------------------

운이 아주 좋아서였든 아니면 기적이었든 살아 돌아온 우리들은 알고 있다. 우리 중에서 정말로 괜찮은 사람들은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는 것을......_26

주변 환경으로부터 자기 마음을 어느 정도 분리시키면 어떤 일에 대해 객관적인 시각을 갖게 된다. 수용소에서 사람들은 자신을 보호하려는 수단으로 마음가짐을 가꾸었다. 우리에게 다음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결말은 어떻게 될까? 이런 것을 무척이나 궁금해 했다._41

만약 어떤 사람이 인간을 어떤 환경에도 적응할 수 있는 존재로 묘사한 도스토옙스키의 말이 사실이냐고 묻는다면 우리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물론입니다. 인간은 어떤 환경에도 적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방법에 대해서는 묻지 말아 주십시오.”_43

얼어붙은 손으로 뜨거운 수프가 담긴 그릇을 들고 맛있게 먹을 때였다. 우연히 창밖을 봤다. 방금 전 밖으로 옮겨진 시체가 동태 같은 눈을 하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두 시간 전에 나와 이야기를 나누었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나는 곧 다시 수프를 먹었다. 만약 그때 내가 정신과 의사로서 직업의식을 가지고 나의 감정 결핍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 이 일을 기억해 내지도 못 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당시 그 일이 나에게 아무런 감정도 불러일으키지 않았기 때문이다._50

밖에 있을 때 지적인 활동을 했던 감수성 예민한 사람들은 육체적으로는 더 많은 고통을 겪었지만 정신적인 측면에서 내면의 자아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비교적 적게 손상당했을 것이라고 본다. 그들은 정신적으로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가혹한 현실로부터 빠져나와 내적인 풍요로움과 영적인 자유가 넘치는 세계로 도피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별로 건강해 보이지 않는 사람이 체력이 강한 사람보다 수용소에서 더 잘 견딘다는 지극히 역설적인 현상도 이것으로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_68

정말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삶에 무엇을 기대하는가가 아니라 삶이 우리에게 무엇을 기대하는가 생각해 보는 것이다_70

시련이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가 명백하게 밝혀지면서 우리는 수용소 안에서 자행되는 폭력을 무시하거나 거짓 상상을 하거나 억지로 만들어 낸 낙관적인 생각을 즐기는 것으로 그것이 주는 고통을 감소시키려는 시도를 하지 않게 됐다.(...)시련 속에 무엇인가 성취할 수 있는 기회가 숨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_126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옳지 못한 짓을 했다 하더라도 자기가 그들에게 옳지 못한 짓을 할 권리는 어느 누구에게도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일깨워주어야 한다._142

의미를 찾으려는 인간의 노력이 마음에 평온을 가져오기보다 긴장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내면의 긴장은 정신 건강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삶에 어떤 의미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보다 최악의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어떤 어려움도 참고 견딘다’라는 니체의 말에는 이런 예지가 담겨 있다._157

인간은 여러 개의 사물 속에 섞여 있는 또 다른 사물이 아니다. 사물들은 각자가 서로를 규정하는 관계에 있지만 인간은 궁극적으로 자기 자신을 규정한다. 타고난 자질과 환경이라는 제한된 조건 안에서 인간이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그의 판단에 달려 있다._194

나는 살아 있는 인간 실험실이자 시험장이었던 강제 수용소에서 어떤 사람들이 성자처럼 행동할 때, 또 다른 사람들은 돼지처럼 행동하는 것을 보았다. 사람은 내면에 두 개의 잠재력을 모두 가지고 있는데, 그중 어떤 것을 취하느냐 하는 문제는 전적으로 본인의 의지에 달려 있다._195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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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기적의도서관 (☎ 055-330-4651)
최근 업데이트 :
2018-12-06 09:5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