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단호박을 싫어한다. 어릴 적 트라우마가 있어 못먹는 것이기도 하지만 고구마도 아니고, 감자도 아닌 단호박 특유의 담백함이 나에겐 되려 비린내나는 해산물처럼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런 내가 걱정되었던 우리 부모님이 내가 어렸을 때 사주신 책이 바로 ‘나는 토마토 절대 안 먹어!’ 이다. 로렌 차일드가 펴낸 찰리와 롤라 시리즈 중 가장 유명한 것이 'I'll never eat a tomato!'인데, 공교롭게도 나와 나이가 같은 이 책은 어린 여동생 롤라가 밥을 차려줘야하는 오빠 찰리에게 감자,콩,치즈,토마토 같은 음식은 먹기 싫다며 투정부리는 이야기인데, 찰리가 롤라에게 싫어하는 음식을 상상의 음식으로 바꿔 말해줌으로써 롤라가 편식하던 음식들을 먹게된다. 내가 어릴 땐 몰랐지만, 지금 내가 조금 자라고 사촌동생을 돌볼 때 사촌동생이 편식을 할 때 짜증도 나고 속상하기도 했는데, 책을 읽고 너무 무정하게 굴었나 싶기도하고, 여러 가지로 오빠,언니들에게도, 동생들한테도 좋은 책이 될 수 있을 것같다. 무엇보다 작품 속 찰리와 롤라의 그림이 사랑스럽고 아기자기하게 그려져 있어서 아이들의 시선을 끌 만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한번보고 또 보고싶은 책이니 만큼 편식하는 어린이와, 편식하는 어린이를 형제로 둔 친구들이 꼭 두고두고 읽고 추억도 쌓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