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산
최정례
그때 나는 숲에서 나와 길에 올랐다
검은 떡갈나무 숲 한 뼘 위에
초승달 눈 흘리고 있었다
숲에서 나오자 세상 끝이었다
우리 밑에 짓눌려 부스럭대던 잎사귀들
아이처럼 지걸이던 산 개울 물소리
아무 생각없이 나눈 악수는
흘러흘러 흘러서 바위 틈으로 스며들고
숲에서 나오자 깜깜했다
허공중에 피었다 곤두박질 치는 것
깨짓 접시 조각처럼 잠시 멈춰 있던 것
보았느냐고, 묻고 싶은데
갑자기 숲은 아득해져서
지나간 잎사귀들만 매달고 흔들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