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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호모쿵푸스 만이 공부를 하는 것인가?

상세 내용 글쓴이, 독자대상, 서명, 저자/역자, 출판사, 페이지수, 출판일, 등록일
글쓴이 서경훤(칠암도서관)
독자대상 -
서명 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
저자/역자 고미숙
출판사 그린비
페이지수 223쪽
출판일 2007.05.15
등록일 2010년 08월 02일

호모쿵푸스 만이 공부를 하는 것인가?

“평생을 시험, 시험하며 온갖 잔머리를 다 굴리다 공부가 뭔지, 인생이 뭔지 짐작조차 못한 채 강시처럼 살아가는 하수들이나 하는 짓이지. 그런 사이비 공부는 정말이지 공부의 도(道)를 모독하는 쿵푸계의 쑤레기야 쑤레기.” 호모쿵푸스가 현 교육을 비판하는 소리다. 호모쿵푸스(Homo Kungfus)란 공부를 머리가 아닌 몸으로 하는 공부의 달인이다. 마치 쿵푸를 하듯이 앎에 대한 열정으로 몸을 단련하고 일상을 바꿔나가는 존재이다. 몸과 인생과 공부가 완전 하나가 되어 오묘한 경지에 도달한 공부의 달인을 호모쿵푸스라 부른다.

스스로를 호모쿵푸스라고 부르는 저자 고미숙이 말하는 공부는 아주 낯설고 이질적인 삶을 구성하는 것, 삶과 우주에 대한 원대한 비전을 탐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교육은 몸으로 하는 공부가 아닌 머리로 하는 공부를 하고 있다. 저자는 이런 교육이 이루어지는 이유를 학교에서 공부와 독서가 분리된 것에서 찾는다. 학교는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지식만을 주입시키고 있으며 독서 또한 그 실용적인 지식을 습득하는 도구로만 이용하고 있다. 이런 제도적인 틀 속에서의 공부는 진정한 공부가 아니며, 그 속에서 받은 교육으로는 공부의 달인이 될 수 없다.

그럼 우리가 호모쿵푸스가 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할까? 우선 고전읽기를 권한다. 고전이란 시대의 통념과 억압을 뚫고 삶과 사유의 눈부신 비전을 탐색한 전위적 텍스트이다. 저자는 이 고전읽기를 통해 진정한 공부를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학교가 아닌 ‘코뮌’에 접속해야 한다. 코뮌이란 기성의 권력과 습속으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삶을 구성하고자 하는 이들의 자유롭고 창발적인 집합체 혹은 네트워크이다. 저자의 코뮌은 <연구공간 수유+너머>이다. <연구공간 수유+너머>는 인문학연구자들이 모여 자발적이고 능동적으로 연구하면서 생활하는 공동체다. 이 지식공동체는 온몸으로 공부하여 나온 결과물을 공유하는 호모쿵푸스의 본거지이다.

인생의 모든 순간을 학습하는 공부의 달인인 저자는 평생교육, 평생학습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말하고 있다. 그것은 학벌과 자격증을 위한 학습이며 돈과 지위를 얻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또, 취미나 레저로서의 학습으로 적당한 자기만족을 위한 것이기에 패션이나 인테리어와 다를 바 없다고 비판한다.

과연, 호모쿵푸스의 공부만 학습인가?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은 나의 발전, 즐거움 또는 자기만족을 위한 것이 아닌가. 발전을 통해 부를 얻을 수도 있으며 명예를 얻을 수도 있다. 즐거움을 통해서 자기만족을 느끼기도 한다. 이런 부수적인 것들을 이루었다고 하여 배움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오직 순수한 학문의 배움만이 공부라고 단정을 짓는 것은 현실을 무시한 논리에 지나지 않다. 저자는 학교교육, 대안학교, 평생교육 등 현 교육에 대해 비판하고 자신들의 공부법만을 강조할 뿐 현실을 고려한 해결책은 제시하지 못한다. 이론적으로 완벽하고 공감대를 형성한 주장이라도 현실성이 결여된다면 실현가능성이 희박하여 탁상공론에 그치게 된다.

현재 바람직하지 못한 방향으로 공부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잘못된 교육이 과열된 경쟁을 조장한다. 경쟁은 교육의 틀에서 벗어나 사회인이 되었을 때도 계속 이루어진다. 호모쿵푸스는 경쟁을 위해 하는 공부를 부정한다. 자본주의에 익숙해져 있고 자기계발을 중요시하는 현 사회인들에게 경쟁을 위한 공부를 그만두라는 것, 대신 고전을 읽으며 낭송하고 그 이치를 깨닫는 재미로 살아가라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세상의 많은 도전과 어려움을 온몸으로 부딪치며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공부는 ‘사치’처럼 느껴진다.

저자는 진정한 공부의 참 맛을 알기에 책을 통해 그것을 역설한다. 보다 설득력 있는 주장을 하기 위해서는 ‘독서를 통한 공부가 살아가는데 중요한 밑거름이 되며, 보다 가치 있는 경쟁을 하게 해준다.’라는 의미가 더 필요하지 않을까? 호모쿵푸스의 공부예찬론은 세상과 소통하지 못한 이들의 몸부림처럼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속세의 고난과 역경을 겪고 모든 이치를 깨달은 진정한 고수들의 세상을 향한 일침으로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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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28 09:09: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