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 창
허 연
마신 물이 다 눈물이 되는 것은 아니므로
늦은 지하철 안에서 깊은 신음소리가 들렸다
휠체어에 앉은 남자가 포유류가 낼 수 있는 가장 깊은
소리로 신음하고 있었다. 경전같은 소리였다.
절박하고 깊은... 태초의 소리였다
삶을 관통한 어떤 소리가 있다면 저것일까
일순 부끄러웠다
나는 신음할 일이 없었거나 신음을
감추었거나 신음한 번 제대로 못 냈거나...
그렇게 살았던 것이었다. 나는 완성이 아니었구나
내게 절창은 없었다. 이제 내 삶을 뒤흔들지 않은
것들에게 붙여줄 이름은 없다. 내게 와서 나를 흔들지 않은 것들은 모두 무명이다
나를 흔들지 않은 것들을 위해선 노래하지 않겠다.
적어도 이 생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