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 (주사보다 무서운 영리병원 이야기) 의료괴담 -
의료는 공공재다.
그런데도 정부는 대형병원과 재벌에게만 돈벌이를 제공할 뿐, 국민의료비 폭등과 국민 건강권 몰락을 가져올 의료민영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원격의료, 영리자법인 허용 등 의료 상업화 정책들이 실행된다면 우리 국민들이 크게 불행해질 것이다.
한정된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많은 국민이 복리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은 정책이고 복지국가이다.
정부의 의료영리화 정책은 이 같은 복지국가의 철학이 무시된 정책이다. 당연히 철회되어야 한다. 불필요한 규제는 풀어야겠지만 모든 규제를 암으로 규정하고 함부로 푼다면 폭주하는 자본에게 피해를 입는 건 국민이다. 무엇이 괴담이고 무엇이 진실인지는 결국 국민들이 판단하고 선택할 것이다.
미국은 주요선진국 중에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국민건강보험이 없는 유일한 나라이다. 2009년 미국의학저널에 의하면 미국민 전체 가계 파산 중 621%가 의료비 때문에 발생할 정도로 심각하다. 미국의 시장 중심 의료제도가 초래한 국가재정차원의 부담은 물론 심각하다. 의료비 때문에 나라가 망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우리나라는 얼마 전 많은 전문가들(대한의사협회)이 ‘여드름은 피부질환’이므로 ‘미용목적이라고 볼 수 없다.’고 하는데도 기획재정부는 여드름 치료를 ‘미용행위’로 판정해서 부가세 부과 항목에 편입시켰다.
보건의료의 시각이 아니라 기획재정부의 시장주의 시각으로 보건의료를 바라보니까 이런 황당한 일이 생기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의료는 서비스 산업이다”라는 일관된 신조로 살아온 조직이다. 기획재정부가 바라보는 ‘병원’에는 의료에 대한 이해나 건강권에 대한 개념이 없다. 아픈 사람과 병원의 관계는 돈 주고, 돈 받는 관계일 뿐이다. 의료를 오로지 상품으로만 치부하는 것이다.
영리병원은 앉아서 환자를 기다리지 않는다. 치과를 예를 들어 ‘저가 임플란트’나 ‘무료 스케일링’등을 홍보해서 미끼상품으로 환자를 유인하고 그리고, 본전을 뽑는다.(2011년 10월 18일 KBS 1TV 시사기획 10, ‘병원주식회사’편 방송과 2014년 4월 1일 MBC 피디수첩, 991회 ‘끝나지 않은 의료영리화 논란, 국민을 위한 길은 무엇인가?’편 방송 참조)
과잉진료를 설득하는 상담전문가들이 질병을 부풀려서 비싼 진료를 유도하고 되돌릴 수 없는 건강 손상을 준다. 그래서 김용익 국회의원(새정치민주연합 비례대표)은 이런 문제는 의료법의 과잉진료 행위문제가 아니라 폭력행위로 처벌을 해야 한다고 이야기 했다.
우리나라 2010년 기획재정부의 자료에 의한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은 48.6%로 OECD회원국 평균12.4%의 4배에 달한다.
미국의 영아사망률은 천 명당 6.5명(2008년)으로 우리나라의 거의 두 배에 달한다. 반면 기대수명은 78.2세(2009년)로 우리나라의 80.4세(2009년)는 물론 OECD국가의 평균인 79.5세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미국 국민 중 5,000만 명 정도는 공적보험이든, 민간보험이든 의료보험 자체가 없다. 미국 국민의 1/6정도가 어떠한 보험에도 가입되어 있지 않다. 그런데 미국은 의료비가 높기로 유명한 나라(연예인 안재욱이 뇌출혈로 미국에서 수술하는데 든 비용은 5억)이다. 미국 국민들이 의료에 쓰는 돈은 세계에서 최고수준인데 건강수준은 OECD의 평균수준에도 못 미친다는 것이다. 경쟁이 치열해야 서비스 질이 개선된다는 일반적 논리와 다르다.
<US News & World Report>라는 미국의 시사주간지 에서는 매년 ‘좋은 병원 랭킹’을 발표한다. 이 랭킹의 1위부터 20위까지에 영리병원은 하나도 없다. 주립병원 혹은 대학병원 같은 비영리병원들이 차지하고 있다.
언젠가 영리병원도입 논쟁에 관한 TV토론에 등장했던 장면이 있다. 영리병원을 찬성하는 한 토론자가 “우리나라는 영리병원이 금지되어 있고, 의료서비스 경쟁이 없다. 그 때문에 의료의 질이 낮다. 그래서 이건희 회장 같은 사람이 <엠디앤더슨 M.D.Anderson>:(텍사스주립대학이 설립한 세계 최고의 암전문 병원)같은 미국 병원에 가서 암수술을 받지 않느냐? <엠디앤더슨>같은 좋은 병원을 만들려면 영리병원을 허용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엠디앤더슨 병원은 비영리병원이다. 우리가 익히 들어 본 <존스홉킨스>, <하버드>, <메이어> 같은 병원들도 모두 비영리병원이다. 우리가 아는 미국의 멋진 병원들, 이건희 회장이 암수술 받으러 가는 병원들은 모두 비영리병원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영리병원은 미국에서도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그래서 미국을 의료비는 많이 쓰고 국민은 일찍 죽는 영리병원의 나라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의 의료 상업화의 상황은 대단히 걱정스러운 수준이다. 대형병원, 재벌병원들이 급속히 성장하면서 의료상업화가 상당한 수준까지 진전되고 있다. 제도적인 안전장치는 존재하지만 의료기관의 영리추구나 이윤추구가 만연된 상태라고 보는 것이다. 미국 하버드대학의 샤오 교수는 “미국보다도 더 시장화된 것이 대한민국 의료시장이다.” 라고까지 이야기 하고 있다. 제도를 유지하고 지키려는 정부의 정책의지가 강하지 않아 편법적 의료민영화가 만연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OECD국가들 중 일본 다음으로 많이 병원을 이용한다. 2010년 자료에 의하면 다른 나라 사람들이 1년에 평균 6.5회 외래진료를 받는다면 우리나라 국민들은 12.9회나 외래진료를 받고 있다. 그러면서도 건강하다고 느끼는 비율은 37.6%로 다른 나라의 절반수준에 불과하다.
1차 의료기관이 잘 발달한 나라로 영국을 들 수 있다. 영국은 NHS라는 보건의료체계를 운영하고 있고 이를 통해 1차 의료가 중심이 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NHS에 대한 영국인의 자긍심은 대단하다. NHS는 2012년 런던 올림픽 당시 영국의 국가적인 자랑거리로 선을 보이기도 했다. NHS를 홍보하기 위해 간호사들이 침대를 밀고 올림픽 개막식에 나왔을 정도였다. 영국은 적은 비용을 들이면서도 평균수명도 높고 영아사망률도 더 낮게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영국의 NHS가 의료의 질이 나쁘다고 비판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수술대기 시간이 길다고 한다. 그러한 불만들이 가끔 언론에 보도되곤 한다. 그러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러한 불만들은 주로 NHS에 대한 예산삭감이나 의료민영화정책을 시도할 때 나온 것이다. 영국에서도 가끔 미국식 의료제도를 도입해 보려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과 그 동조 언론들이 NHS의 단점을 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의 시도는 영국 국민들의 힘으로 번번히 좌절되었다. 민영화의 화신으로 불리는 대처조차 NHS를 건드리지는 못했다. 수많은 상업화 시도에도 영국 국민들이 NHS를 지킨 것이다.
영국 국민들이 판단할 때 수술 대기시간이 긴 문제는 ‘100%공공의료’와 응급의료필요에 대한 적절한 대응체계가 확실한 상황에서 그리 큰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여전히 NHS는 영국민의 자랑이다.
영국도 당연히 상업화된 의료가 있다. 그러나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영국처럼 공공의료의 기반이 튼튼한 나라들은 부분적으로 의료상업화 정책이 도입되더라도 그 영향이 미미하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국민 대다수가 공공의료시스템이라는 거대한 안전판의 보호를 받기 때문에 부분적으로 상업화의 바람이 불어도 국민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우리 정부가 흔히 영리병원의 성공사례라고 선전하는 래플스병원이 있는 싱가포르도 마찬가지이다. 공공의료자원의 비율이 90%가 넘는다. 국민대부분이 공공의료의 혜택을 받는 싱가포르와 6%에 불과한 공공의료자원만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여건은 분명히 다르다.
우리나라 시민운동으로 2010년에는 <건강보험하나로> 운동이 있었다. <건강보험하나로>운동은 국민들이 부담하는 건강보험료를 34% 더 낼테니 건강보험보장률을 90% 수준으로 향상시키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국민들이 민간의료보험에 굳이 가입하지 않아도 국민건강보험 하나만으로 모든 병원비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건강보험료는 인상되지만, 1인당 몇 만원씩 부담하고 있는 민간의료보험의 필요가 사실상 사라지기 때문에 실제 부담은 줄고 병원비 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취지의 운동이었다. 보험료를 높이자고 하면 국민들에게 욕을 먹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한 번 더 생각해 보면 매우 합리적인 주장이다.
“국가는 국민”이다. 그러니까 자본에 포섭된 일부 관료만 제외하면 같은 편이 되기 어렵지 않다.
지금 우리 사회에 불어 닥치는 의료상업화의 쓰나미는 사실 자본의 광풍이다. 의료인과 국민과 정부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함께 손을 잡고 나갈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